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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 - 쉐어라이트 박은현 대표 인터뷰(2020,060,12)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0-07-21 16:43:44 조회수 30
빛으로 물 살균, 아프리카 오지에 생명수
주중엔 사업, 주말은 오롯이 '빛 나눔' 투잡
박은현 쉐어라이트 대표가 작은 양초로 전등을 만드는 `쉐어라이팅` 기기와 물 살균 장치 `퓨리라이트`를 설명하고 있다. 2년 전 탄자니아 오지 마을에 퓨리라이트를 무상 보급해 현지 아이들의 장티푸스 감염률을 30%에서 2%로 줄였다. [한주형 기자]
'빛'(光)은 우리 일상에서 가장 은유적으로 쓰이는 단어다. 예컨대 '무지를 깨우치다'란 뜻의 '계몽하다(enlighten)'가 있다. '계몽하다'란 말은 '빛을 비추다'라는 'lighten'에 '~되게 하다'란 접두어 'en'을 붙여 만들어졌다. 빛이 '앎'에 대한 은유로 쓰인 대표적 예다.

이 밖에도 빛은 '어둠'의 반대 개념으로 자주 은유된다. 그래서 대개 구원, 자유, 희망 같은 긍정적 뉘앙스를 풍길 때가 많다. 하지만 이처럼 빛이 은유화될수록 그 실체는 점점 모호해진다. 빛이 엄연한 물리현상이고, 현실 속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관념이나 추상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빛의 긍정적 은유를 현실 속에 그대로 구현해낸 사람이 있다. 빛을 쏘아 누군가를 살리고, 빛을 비춰 한 세상을 구원하는 착한 사마리아인. 비영리법인 '쉐어라이트' 대표 박은현 씨(49)다.

발광다이오드(LED) 기업 '세미콘라이트' 창업자이기도 한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인 '자외선C 발광다이오드(UVC LED)'의 살균성을 활용해 물 살균제, 이른바 '퓨리라이트'를 2년 전에 개발했다.

2018년 12월 탄자니아 루봉고. 그는 '퓨리라이트' 300대를 들고 주민 수 1000여 명인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소형 쓰레기통 크기 플라스틱 기기가 300여 가구에 속속 전달됐다. 그 안에 물을 담아 몸체 손잡이만 여러 번 돌리면 내부로 환한 빛이 들어왔다. 그 빛을 2분간 내리쬐면 오수 속 세균이 99.99% 이상 사멸했다.

빛의 기적이었다. 루봉고 초등학교 아이들의 장티푸스 감염률이 3개월 만에 30%에서 2%로 줄었다. 흙탕물 대신 맑은 물을 먹은 주민들 건강은 빠르게 좋아졌다. 현지인들은 노래했다. "신이 빛의 기적을 내리셨다"고.
 

―사명감이 있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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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그간 20~30년 동안 LED 외길만 걸었다. LED 회사 세미콘라이트를 경영하다 보면 연말마다 재고가 눈에 걸렸다.'땡처리'하기엔 아깝고 재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됐다.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였다. 그러다 UVC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 이른바 비가시광선을 내리쬐어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퓨리라이트' 개발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적으로 시작했다면 되레 못 했을 거다. 부담스러우니까.

 

―개발 과정은 어땠나.

▷주중엔 세미콘라이트에서 일하고 주말마다 재고품을 두고 연구했다. 말이 연구이지, 평일에 쌓인 스트레스 푸는 데 중점을 뒀다. 적어도 주말만큼은 일이랑 상관없이 재밌는 놀이 같은 걸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인 한 분과 주말에 동네 카페에서 만나 재고들을 갖고 논 것이다. 2015년 말부터 1년 정도 했나. 그러다 처음 개발한 게 '쉐어라이팅'이었다.

―'쉐어라이팅'은 뭔가.

▷전기가 필요 없는 등불이다. 12g짜리 양초 하나의 열기면 어두운 책상 위를 4시간 밝힐 수 있다.
20럭스(lux) 정도 되는데, 양초 밝기보다 100배 정도 밝다. 양초 열기가 발하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빛에너지로 변환한다. 여기엔 전기 코드를 꼽을 필요가 없다. 작은 초나 기름 램프 같은 걸 손바닥 크기의 기기 아래에 두고 불을 붙이면 그게 등불이 된다.

―빛 나눔이 그렇게 시작됐나.

▷비영리법인 쉐어라이트를 2016년 11월에 출범시켰다. 쉐어라이트라는 게 영어로 직역하면 '빛을 나누다'이다. 정말 그해부터 아프리카를 포함한 빈곤국들에 빛을 나누기 시작했다. 현재 20여 개국에 쉐어라이팅 기기 4000여 개 정도가 전달됐다. 생각해보라. 아직도 아프리카 등 오지에서는 전기가 안 들어온다. 캄캄한 밤이면 대부분 숨죽여 지낸다. 그런 이들에게 작은 양초 불빛 하나로 4시간 이상 불을 밝힐 수 있게 됐다. 그들에겐 세계가 달라진 거다.

―물 살균기 개발로 이어진 과정은.

▷세미콘라이트에서 2010년대 중반에 개발하던 게 UVC LED였다.


UVC는 자외선 중에서 파장이 짧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다. 대기에 다 흡수돼 눈엔 보이지 않는다. 이 빛의 특징은 세균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LED를 개발하던 중에 '이걸 갖고 물 살균 장치를 만들어서 보급해도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까지 UVC LED로 물 살균을 시도한 사례는 없었다. 그 생각이 든 게 2017년. 우선 물 살균이 정말 가능한지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를 찾아갔다.

―결과는 어땠나. 

▷성공적이었다. 교수님이 대학원생들과 꼼꼼히 테스트하고 일주일 만에 결과를 보내주셨다. UVC LED를 탑재한 장치로 관련 빛을 쐬면 물 속 세균이 2분 만에 99.99%가 죽는다는 결과였다. 이제 망설일 것 없었다. 장치만 만들면 됐다. 문제는 비용이었는데, 윤 교수님 조언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지원을 요청했다. KOICA가 혁신 기술로 빈곤국 오지를 돕는 기술이면 정부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총3억원을 지원받아 지금의 '퓨리라이트'를 개발하게 됐다.

 

―굉장히 빠르게 개발했는데.

 

 
▷즐기듯 연구했기 때문 아닐까. 앞서 말한 것처럼 주말마다 취미생활 한다는 느낌으로 했다. 평일에 쌓인 피곤함을 주말에 장난감 만지듯 이리저리 LED 재고품을 만지면서 풀었다. 그러다 깨달은 거다. 가볍게 시작한 이 일이 세상 저편 누군가의 삶에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점점 책임감을 갖게 됐다. 주중엔 기업인으로, 주말엔 사회 공헌가로 일하는 (이중적) 삶이 그렇게 시작됐다.

―빛에 대한 관심을 언제부터 품었나.

▷난 1971년생 90학번이다. 경북대 전자과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원래 전공은 반도체칩 쪽. 그중 광전소자라고,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소자를 연구했다. 왜냐, 당시 빛 연구자가 희소했다. 머지않아 쓰임이 클 거라고 봤던 것 같다.

우스갯소리고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태초에 빛이 있었지, 그 신의 첫 번째 피조물을 내가 만들어." 점점 더 빛에 매료됐다. 빛은 생각해보면 나쁜 의미가 없다. 대부분 밝고 좋은 의미다. 그렇게 카이스트에서 광전소자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경희대에서 연구교수로 일했다. 그러다 2009년 LED 기업을 세워 경영을 한 거다.

―퓨리라이트의 첫 보급은 어디서 이뤄졌나.

▷대전의 한 수녀회 소속 수녀님을 알고 있다. 한번은 그분께서 카카오톡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동티모르 아이들이 피부병이 정말 심각하네요. 입가에 상처도 많고, 곳곳이 세균에 감염돼 있어요." 당시 수녀님이 보내주신 아이들 사진이 적잖이 충격이었다. '아, 이런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가 탄자니아 오지 마을 루봉고에 가닿은 거다. 평균수명 47세, 최악의 교육 환경, 아동 사망률이 상당히 높은 곳. 2018년 12월 그곳에 300대를 처음 보냈다.
한 가구에 평균 1개씩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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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루봉고 학교에 나누어준 퓨리라이트. [사진 제공 = 쉐어라이트]
―효과는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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